가덕도신공항 현대건설 철수로 사업 좌초 위기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사업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 연장 요구를 굽히지 않으면서, 정부와의 수의계약 협상은 결국 결렬 단계에 이르렀다. 당초 정치권의 속도전 속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추진된 점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연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재개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과 배경을 짚어본다.
현대건설의 철수 선언, 사업 중단 절차 착수
국토교통부는 2025년 5월 8일,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으로부터 ‘기본설계 보완 불가’ 입장을 공식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이로써 4차례 유찰 끝에 간신히 궤도에 올랐던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현대건설은 기존 입찰 공고에 명시된 7년 공사 기간 대신, 9년이 소요되는 기본설계를 제출한 바 있다. 그 이유로는 가덕도 지역의 초연약지반을 매립하기 위한 첨단 공법 적용과 자연재해 요소(태풍 등)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4월 28일, 법령에 근거해 기본설계를 7년에 맞게 보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대건설은 9년이 아니면 안전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사실상 철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정치권의 무리한 속도전, 예고된 파행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정치권이 주도한 대표적인 ‘속도전’ 사업으로 평가받아왔다. 부산 지역 민심을 겨냥한 공약성 사업으로 급격히 추진된 만큼, 당초 타당성 검토나 기술적 안정성 확보보다는 정치적 시급성에 무게가 실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사업 추진 초기부터 연약지반 문제, 환경영향평가, 공사비 증액 우려 등 다양한 변수가 지적됐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일정에 쫓기듯 사업이 가동됐다.
그 결과, 4차례에 걸쳐 유찰된 입찰 과정에서 업체들이 현실적인 공사 조건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결국 수의계약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정작 사업에 착수한 뒤에는 정부가 설정한 7년이라는 공사 기간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이 다시 불거졌고, 현대건설은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9년 공사 기간을 요구한 것이다.
향후 사업 향방과 정책적 교훈
현대건설의 입장 철회와 국토부의 수의계약 중단은 가덕도신공항 사업 전체가 좌초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미 6개월 이상을 지체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공사를 다시 찾거나, 설계를 수정해 입찰을 재개하는 과정은 최소 수개월에서 1~2년 이상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29년까지 신공항을 개항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한다.
더불어 이번 사태는 공공사업 추진 시 정치적 판단과 기술적 현실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충분한 사전 검토와 민간 기술자의 의견 수렴 없이 속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수천억 원의 국책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이게 됐다. 향후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이번 교훈을 반영한 현실적인 설계 조정과 합리적인 일정 재수립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정치권의 급한 추진과 기술적 불확실성이 충돌한 결과, 결국 수의계약 파기로 이어졌다. 현대건설의 철수는 단순한 시공사 변경 문제가 아닌, 사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향후 재개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사태는 국책사업에서 ‘속도’보다 ‘타당성’과 ‘현실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경고등이라 할 수 있다. 지역 경제와 국가 항공 전략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덕도신공항 사업, 보다 신중하고 투명한 재추진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