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반도체 관세 일부 철회…왜 지금?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산 반도체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회하거나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조치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 무역 긴장 완화, 에너지 및 소재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왜 지금?”이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 시점에서, 중국의 전략적 배경과 이 조치가 산업계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분석해봅니다.
미중 갈등 속 전환점? 관세 철회의 배경
중국은 2018년 이후 미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제품에 높은 보복관세를 부과해왔습니다. 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반도체 수출 통제 등과 맞물려 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으로 번졌습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중국이 일부 미국산 반도체 제품에 대해 관세를 철회하거나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기류 변화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전략적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중국 내 반도체 수요 급증입니다. 스마트폰, 전기차, 인공지능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급 반도체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둘째, 중국 내수 중심 성장전략 전환과 함께, 공급망 안정화가 필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보다는, 경제 회복에 필요한 수입 확대와 기술 도입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셋째, 미국과의 국지적 협상 채널 복원입니다. 최근 미중 고위급 무역 대화가 재개되며, 제한적이나마 기술 분야에서의 협상 가능성이 열린 상황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세 철회는 정치적 제스처이자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관세 철회 대상: 반도체·에탄 등 핵심 산업 중심
이번 중국의 관세 철회 대상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전략적 수입 품목, 특히 첨단 반도체 칩, 고급 반도체 장비 부품, 에너지 원료인 에탄(Ethane) 등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입 장려라기보다는, 중국 내 산업 전반에 걸친 기술 내재화와 공급 안정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탄은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중국 석유화학 산업에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에탄 수출국이며, 관세가 철회된다면 중국 화학산업의 생산 비용 절감 및 수입선 다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EDA(전자설계자동화) 툴, 고성능 GPU, 메모리 칩 등의 특정 부품이 주요 면제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중국이 자국 내에서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기술 분야에서의 제한적 수입을 허용하며, 기술 격차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세 철회가 전체적인 무역 자유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의 고성능 반도체 및 민감 기술 품목은 여전히 제한 대상에 있으며, 미국 역시 수출 규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조치가 일시적 유화 제스처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낳습니다.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과 기업의 대응 전략
이번 중국의 관세 조정 조치는 한국 반도체·화학 업계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일원이며 동시에 중국 시장에도 깊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수입 증가는 곧 한국 기업의 간접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의 DRAM·NAND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가격 압박과 기술 혁신을 가속화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또한,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재진입하게 될 경우, 한국의 장비 수출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한편, 화학업계에서는 에탄 관세 철회가 중국 내 에틸렌 생산 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국내 화학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의 수출 전략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합니다.
결국 국내 기업은 이 변화에 따라 중장기 공급망 전략 수정과 시장 다변화를 본격 추진해야 합니다. 미국·유럽·동남아 등 다양한 시장으로의 진출 확대와 함께, 기술 내재화 및 독자적인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및 에탄 관세 철회는 단순한 무역 정책 변화가 아닌, 기술·정치·경제가 맞물린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이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주도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